컨텐츠 바로가기

산울림 박스세트 총평 : 아쉬운 너무나 아쉬운

http://ballad.egloos.com/4790305


11월 25일 최초 발매된 산울림의 박스세트는 『9집』과 『13집』을 제외한 15장의 앨범에 “볼륨 레벨 불균형”이 생겨 모두 회수, 교환됐다. 그리고 다시 교환된 박수세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두 번씩이나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실망하고 실망한 소비자는 문제가 더 일어날 거라 우려하고 있고, 산울림의 박스를 제작한 로엔은 양치기 소년으로 변해버렸다. 철저히 신용을 잃어버린 것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산울림 박스세트 『The Story Of Sanullim:Complete Studio Recordings』는 음질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모두 팬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실패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음반이 죄지, 음악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다만 기대만큼 실망이 컸다.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1. 먼저 음질 부분

애초 발매된 음반들의 음질이 들쑥날쑥하다는 지적을 받고 모든 박스세가 회수되고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의 박스는 알판을 교환하는 형태로 리콜이 진행됐다.

하지만 교환된 CD는 또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1집』 8번 트랙 「소녀」의 끝부분에서는 원반에는 없는 잡음이 발생했고, 『10집』의 10번 트랙 「지금 나보다」는 4번 트랙 「동화의 성」이 다시 이어 나왔다.

문제가 된 박스세트를 수정했지만 또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박스세트의 출시는 내년 1월로 연기됐고, 이미 잘못된 박스세트를 받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번 박스세트의 음반을 차례로 듣고 있지만 97년 발매된 지구반보다도 더 우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008년 버전은 지구반에 비해 잔영이 없고, 음이 깊어졌지만 오히려 음폭이나 음은 지구반이 더욱 크고 터프했다. 산울림의 음악을 생각할 때, 터프한 지구반의 음질이 더 어울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2. 한숨 나는 디자인

음질뿐만 아니라 이번 박스세트에서 문제되는 또 하나는 제작의 질이다. 김창완이 직접 그린 그림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금장과 은장으로 나눈 행위는 그리 예쁘지 않지만 웃어넘겼다.

하지만 외장 박스의 마감부분은 심각하다. 모서리 부분이 터져있거나 찌그러져 있고, 내부는 깔끔하게 붙인 티가 나지 않는다. 박스의 아귀도 잘 맞지 않아 찢어진다는 원성들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애초 산울림 박스세트 제작 총책임을 맡은 김경진이 웹진 〈보다〉와의 인터뷰에서 “미니어처로 제작을 하면서 사실 제일 걱정을 했던 게 일본에서 나오는 미니어처 앨범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워낙 미니어처 시디들이 많이 나오고 퀄리티도 좋다 보니까 그 정도 수준으론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디자이너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지만 CD 프린팅을 제외한 나머지는 답답하다. 

미니어처를 재현한 종이 커버는 비닐을 벗겨내면 벌어지고, 접착부분 또한 성급하게 붙인 티가 난다. 한마디로 견고함과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낱장으로 판매한다는 가정 하에 만들었다면 이렇게까지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원작 재현도 좋았지만 신중현의 그것처럼 게이트 폴더로 만들었거나 라이너노트를 한권의 두꺼운 책으로 묶기 보다는 앨범별로 수록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시간과 비용 절약 때문에 그랬겠지만 이런 점들이 아쉽다. OBI는 바라지도 않는다.

아래는 비교사진들이다

2008 산울림 박스세트 정면/측면/후면 사진


리버맨뮤직이 2008년에 제작한 따로또같이 2집 정면/측면/후면 사진


2006년 일본에서 발매한 롤링 스톤즈 LP미니어처 정면/측면/후면 사진


3. 로엔과 김창완

이게 다 시간 때문이다. 너무 급하게 만들었다. 장인정신까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만들었다면 이 정도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산울림 박스세트 제작은 작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작업이었다. 김창익 사후, 김창완의 심경에 변화가 생겨 올 가을부터 진행된 작업이었다. 한두 달의 시간을 가지고 30년의 시간을 농축했으니, 문제가 안 생기면 더욱 이상하다.

서울음반의 새로운 이름, 로엔은 수십 년간 우리나라를 대표한 음반사다. 이미 한대수 박스세트의 우수함, 다섯손가락, 부활 등의 LP미니어처를 재현하며 음반의 질에 대해서는 검증된 제작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산울림의 박스세트는 제작사의 한계를 인정하려해도 이해키가 힘들다. 소규모 레이블인 리버맨뮤직의 LP미니어처를 보라. 어떤 말로도 이들의 변명은 있을 수 없다.

이해 안 되기는 산울림의 모든 판권을 가지고 있는 김창완도 마찬가지다. 박스세트 출시 전, 최종적으로 음반을 확인했어야 됐다. 적어도 김창완은 산울림의 수장이고 상징이지 않은가.

〈불후의 명곡〉에 출현해 탁재훈에서 산울림의 박스세트를 주는 것보다도 그전에 들어봐야 되지 않았을까. 그도 듣지 않은 박스를 남에게 줬다는 말이지 않은가. 적어도 김창완이 미리 들어봤더라면 문제가 이 정도로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4. 그러나 이번 박스세트의 가치

사실 이번 박스세트의 곡 배열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왕 원작의 재현이었다면 CD의 장수를 더 늘렸더라도 보너스 트랙들과 문막 공연을 따로 따로 CD에 담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박스세트는 분명 가치가 있다. 30년 산울림의 역사를 정리했고, 기록하려 시도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산울림의 음악을 다시 한 번 21세기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역할도 했다. 또한 97년 지구반 박스세트에서 들을 수 없는 음원들과 귀한 라이브 버전들이 생생하게 수록돼 있다. CD로 만날 수 없었던 동요집 4장의 가치도 높다.

비록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박스세트를 살펴보면 제작한 사람들의 노고가 보인다. 크나큰 실수를 했더라도 고생한 공과 결과물까지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박수를 쳐도 공허한 게 사실이다.


5. 바램

산울림의 음반을 내준 이마저도 고맙게 생각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예술은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이 산울림처럼 박스세트로 재발매될 것이다. 산울림 사건을 교훈삼아 추후에는 치밀한 준비 속에 만들어지는 완벽한 음반을 꿈꿔본다. 또한 산울림 박스세트의 슬픈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덧글|덧글 쓰기|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