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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중의 으뜸, 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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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년을 찾던 음반이 있었다. 현인의 CD였다. 아쉽게도 2000년대까지 현인의 독립된 앨범은 CD로 제작되지 않았다. 이럴 때는 불법이고 뭐고 간에 MP3 파일로 들을 수밖에 없다. 열곡도 안 되는 곡들을 가지고 지금까지 애지중지하며 들어왔다.

얼마 전 애증 많은 지구레코드에서 현인의 『골든』앨범을 염가판으로 출시했다. 지구반답게 하드커버에 부클릿은 없다. 하나 특이한 건 하드커버 뒷면의 곡 소개 글씨가 크게 인쇄됐다. 아마 나이 드신 분들의 노안을 위한 배려 같다. 기왕 더 배려하려면 그 양반들 따라 부를 수 있게 가사를 수록했으면 어땠을까. 욕심 그만 부리자. 이마저도 감사할 뿐이다.

우리나라 가요 1세대 중 남인수보다도 현인을 더 좋아한다. 스타카토처럼 끊어 부르는 그의 창법은 묘한 매력이 있다. 우리 대중음악 가수 중 현인같은 개성은 손에 꼽힌다.

일제와 5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의 최대 미덕은 노래를 노래답게 부른다는 점이다. 지극 당연하지만 이게 힘들다. 기교나 감정의 과잉 없이 자신의 어법으로 노래 부른다는 건 그리 쉽지 않다.

가요 1세대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기 확신이 있었다. 그만큼 곡 해석력도 뛰어났다. 이들 중 현인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도쿄예술대학 성악과를 졸업했고, 애초 대중가요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박시춘의 권유로 「신라의 달밤」을 발표하게 된다. 그 다음은 알고 있는 대로다. 현인은 전인권도 인정한 대단한 가수다.

“세계적이었다. 예를 들면 당대의 트로트 가수 현인 선생님의 개성만큼 분명히 엄청난 어떤 블루스 장르였다.(확신하는데 현인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세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분이었다.)” ―, 전인권, 『걱정말아요 그대』(청년사, 2005), 30쪽.

현인을 들으니 이 땅의 현실이 저주스럽다. 고전은 물론 지금까지 우리 가요에 대한 정리와 축적이 없다. 그나마 우리 옛노래를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은 2000년 신나라레코드에서 발매한 『유성기로 듣던 가요사』가 유일하다. 작가별, 작곡가별, 가수별 앨범이 필요하다. LP가 됐든, CD가 됐든 이제는 되짚어야 하지 않을까.

문광부는 음악산업 진흥을 위해 “미국 빌보드 차트와 같은 K-POP 공인 차트 신설, 한국의 그래미상 추진,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확충, 예술의 전당에 견줄 수 있는 대중문화의 전당 건립 추진” 등을 한다고 했는데, 그도 좋지만 우리 고전에 대한 정리 먼저 해주었으면 한다.

현재의 힘은 역사로부터 비롯된다. 문광부에서 대중음악을 위해 쓴다는 1275억원 중 3%만 써도 어느 정도 정리가 가능하다.

회한을 뒤로 하고 현인의 「꿈속의 사랑」, 「추풍령」, 「서울야곡」을 끊임없이 듣고 있다. 좋다. 기가 막히게 좋다. 보물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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