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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루시초프가 회고한 말년의 스탈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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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스탈린이 참새를 쫓아버린답시고 총을 들고 나간적이 있었다. 결과는 경호원 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을 뿐이었다. 또 한 번은 총을 다듬다가 오발(誤發)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미코얀을 죽일뻔 했다.

미코얀은 물론, 식탁 앞에 앉은 우리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한마디 입을 떼는 사람이 없었고, 완전히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런데도 스탈린은 자신이 사격의 명수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19차 전당대회 이후, 몰로토프와 미코얀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점차 스탈린은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곤 했다. 스탈린은 黨 간부회(기존의 정치국) 사무국에 그들을 기용하지 않음으로써, 숙청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몰로토프와 미코얀은 스탈린이 크렘린에 있는지 혹은 별장에 있는지의 여부만이라도 알아보려고 했다.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스탈린의 신임을 회복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스탈린은 이렇게 말했다.

"그 두 녀석들은 더 이상 오지 말았으면 좋겠어!"

스탈린은 우리들로 하여금, 몰로토프와 미코얀에게 자신의 거취를 밝히지 말 것을 명령했다. 몰로토프와 미코얀은 베리아와 말렌코프, 그리고 나와 상의한 끝에, 스탈린의 그들에 대한 태도를 완화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영화를 관람할 때마다 몰로토프와 미코얀을 스탈린과 동석하게끔 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스탈린이 눈치챘다. 마침내 어느날, 스탈린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특별히 누군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고함을 치면서 주로 말렌코프를 노려보았다.

"우리가 영화를 관람할 때마다 몰로토프와 미코얀이 오는 이유를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당장 그만둬! 또다시 그런짓을 했다간,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어!"

우리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몰로토프와 미코얀은 모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스탈린이 그 직후에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이 '매우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언젠가, 나와 말렌코프는 함께 소치에 휴가를 간 적이 있었다. 산책 와중에 내가 말렌코프에게 말했다.

"베리아가 자네한테 접근하는 이유를 정녕 모르겠나? 그는 자네를 기만하고 있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어떻게 하냐고?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지만, 반드시 때가 올거야."

나의 불안은 점차 커져만 갔다. 스탈린은 이미 70대의 고령이다. 그의 死後에 이 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스탈린의 사망시, 우리는 모두 합심하여 베리아가 당을 장악하는 사태를 막아야만 했다.




스탈린의 최만년에 이르러, 베리아는 노골적으로 스탈린에 대한 불경(不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가 스탈린을 모욕할 때마다 나도 모욕을 느꼈고, 그를 경계하였다. 베리아의 그러한 행동은 나 역시 비슷한 불경을 표하거나 동의하게끔 만들려는 계획적인 수작이었으며 그럴 경우, 스탈린에게 고발하여 나를 '인민의 적'으로 몰아 제거할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불가닌에게도 비슷한 수작을 걸었다. 그러나 불가닌 역시, 베리아의 속셈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은 불가닌이 당시, 우리들이 처한 상황을 잘 묘사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밤, 평소처럼 스탈린과의 만찬을 끝내고 귀가(歸家)하던 와중에 불가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들은 스탈린의 식탁에 친구로 왔었어. 그러나 돌아갈 때는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지, 아니면 감옥으로 갈 지는 모르는 걸세..."

불가닌은 당시 만취한 상태였으나, 우리들의 위치가 하루하루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묘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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