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934년 마르부르크대학에서의 어느 아이러니한 연설

http://flager8.egloos.com/2792876

나치가 바이마르 공화국의 기본 원칙을 파괴하고 그 지배를 공고히 해 나아가던 1934년 6월 17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초청강연을 부탁받은 한 인사는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꽤나 용기 있다고 평할수 있는 연설로, 이 광기 넘치는 지배에 물들어가는 독일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정부는 '약자만이 비판을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옛 속담을 상기해야 한다... 위대한 인물은 선전에 의해서 만들어낼 수는 없다...국민과의 밀접한 접촉과 결속을 바라는 자는 국민의 이해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손에 잡은 고삐 끝에다 국민을 영원히 붙들어 매놓아서는 안된다...긴안목으로 보면 아무리 그것이 뛰어난 것이라도 조직이나 선전만으로는 신뢰를 유지해 나갈 수 없다.무력한 국민을 선동하거나...협박하는 것만으로는 신뢰와 헌신을 유지할 수 없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길은 국민과 터넣고 얘기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바보 취급을 받은 인간은 믿으려 해도 신뢰를 가질 수가 없다. 이제야 말로 우리 모두가 형제적 우정으로 손을 잡고 우리 국민 동포를 모두 존경하며 진실한 사람의 일을 방해하지 말고 광신자의 입을 막아야 할 때이다."

아마도 나는 이전에 소개했던 수많은 반나치 투사들의 언행에 경의를 표했던 만큼이나, 이 연사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하겠지만...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멈추지 않는 조소때문에 그러기는 절대 힘들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이 연설의 주인공은 프란츠 폰 파펜(Frantz von Papen), 독일 인민당 당수로 자신의 권력육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서 나치가 집권하는데 길을 터준 바로 그 인물이기 때문이다. 

기존 정당체제내에서의 정치경쟁을 극단적인 형태로 몰아가는데 일조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정치성향이 다른 정당을 파괴시키는데 나치를 이용하고자 했던 자가, 권위주의적 국가로의 복귀를 그토록 외치던 자가 결국 나치에 의한 탄압과 기존 정당의 해체에서 자신들조차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국민들을 대상으로 반 정부 투쟁을 촉구하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드라마틱한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물론 나는 그의 회심때문에 그에게 조소를 날리고 싶지는 않다. 나치의 통치기동안 나치에 저항했던 이들중 적지 않은 이들이 한때나마 나치에 대해 일정부분 기대나 신뢰를 가졌던 이들이었고, 회심이라는 과정을 거쳐서라도 진정 옳은 가치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비웃는 것은 인간이 할짓이 아니다. 

그러나 파펜은 그런 고귀한 이의 반열에 속하지 않는다.  그는 이 연설후, 나치에 의한 "장검의 밤" 학살대상이 되었다가 우연히 살아남았고, 이후 다른 누군가처럼, 해외나 지하로 잠적해 반나치투사가 되기보다는오스트리아 합병에 공헌하는 등, 나치스 정권에 충실한 자세를 보였다. 결국 그의 나치스에 대한 충실은 연합군으로부터도 인정받아 종전후, 뉘른베르크법정에서 전범으로 기소되었고, 서독정부로 부터 8년의 징역형을 언도받았다.

이러한 그의 행적때문에 나는 그의 연설에 대해 경의를 가지기보다는 조소를 날릴수밖에 없다.


덧글|덧글 쓰기|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