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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용지는 왜 210 × 297 mm일까? letter size의 허상?

http://hanmihye.egloos.com/3256705

(* 강의와 관련해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는 사항이라 이 곳에 적어 둡니다.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하십시요. http://www.cl.cam.ac.uk/~mgk25/iso-paper.htmlhttp://www.mathematische-basteleien.de/papierformat.htm를 참조했습니다. 글을 쓰고 보니 비슷한 글로 http://kgs9518.com.ne.kr/mathtopic14.htm 가 있군요. -한미혜 *)

현대의 화이트칼라는 옷깃만 화이트가 아니다. 하얀 종이를 많이 다루게 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늘상 프린터에서 문서를 인쇄하고 이를 다시 복사기에 복사하고 책상 위에 쌓여 가는 것은 언제나 A4 크기의 용지들...

아, 그런데 A4 용지의 크기가 210 × 297 mm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게 복잡한 숫자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예전부터 참 궁금했었다. A4 용지와 B4 용지의 관계는 무엇일까? C4 같은 것도 있을까?

이 용지 규격은 소위 국제표준화기구(ISO, Organisation internationale de normalisation,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가 정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용지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의 비를 언제나 1: 1.4142 가 되게 한다. 물론 1.4142란 2의 제곱근을 말한다.

A4는 A3을 긴 쪽에서 절반으로 자른 크기이다. 그걸 다시 절반으로 자르면 A5가 되는 것이다. A1은 A4의 8배의 크기가 되는 것이고, 그 두 배의 크기가 A0이다. 이것이 소위 전지(全紙)이다. 전지 용지(A0)의 크기는 1189mm×841mm이다.
그런데 외우기도 힘든 이 복잡한 숫자는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힌트는 곱하기 기호이다. 전지 용지(A0)의 크기가 1189mm×841mm라면 그 넓이는 얼마일까? 이 두 수를 곱하면 999949이므로 그 넓이는 999949 제곱mm, 즉 1제곱미터보다 51제곱mm가 모자란 값이다. 따라서 좀 후하게 봐 준다면 전지 용지(A0)의 넓이는 1제곱미터이다.

역으로 계산해 보자. 1제곱미터는 10만 제곱밀리미터인데, 이것이 직사각형이고 두 변의 비가 1.4142라면, 작은 변의 길이는 (10만/1.414)^(1/2)=840.9599가 된다. 반올림하면 841mm. 다시 여기에 1.414를 곱하면 1189.1173이 된다. 반올림하면 1189mm.

하지만 실제적으로 유용한 크기이지만 A 계열만으로 처리할 수 없는 크기가 있기 때문에 그 중간에 해당하는 크기가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 A4는 210 × 297이고 A3은 297 × 420 인데, 가로 폭이 20센티미터 조금 넘는 용지와 30센티미터 조금 못 되는 용지의 중간으로 폭이 25센티미터쯤 되는 용지가 유용하다. 그것이 바로 B4 용지다. 그 크기는 250mm × 353mm.

그러면 B4 용지의 크기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간단한 산수를 해 보자. B4 용지는 A4 용지보다 크고 A3 용지보다 작으므로, 그 중간에 있다. 다음의 곱하기를 비교해 보자.

210 × 297 = 62370 , 297 × 420 = 124740
250 × 250 = 62500 , 353 × 353 = 124609

다시 말해서 B4 용지의 가로(또는 세로)의 길이의 제곱은 A4 용지의 가로(또는 세로)의 길이에 A3 용지의 가로(또는 세로)의 길이를 곱한 것과 같다. 좀 거룩하게 말하면 이것을 "기하평균"이라 부른다. 고등학교 이후로 수학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라도 어렴풋이 산술평균, 기하평균, 조화평균 어쩌구 하던 얘기가 고등학교 수학책에 나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황당한(?) 수학적 정의를 채택한 것은 독일사람들이다. 1922년에 독일공업규격 위원회(DIN, Deutsche Industrie-Norm, Das ist Norm, Deutsches Institut für Normung e.V.)에서 이런 이상한(하지만 꽤 합리적인) 규칙을 정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B0 용지의 크기가 1000mm × 1414mm가 된다는 사실이다. 즉 B0 용지의 가로는 정확히 1미터이고 세로는 정확히 2의 제곱근 미터이다. 이 용지를 다시 절반씩 나누는 과정을 반복하면, 250mm × 353mm라는 B4 용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직접 B4 용지를 가져다가 길이를 재 보았더니 이 얘기가 거짓말이더라,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접 재 보면 257mm × 364mm가 나온다. 7mm 정도 가지고 쫀쫀하게 그러냐고 대답하는 건 좀 궁색하다.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표준 길이는 일본 표준규격(JIS P 0138-61)에 따른 것으로서, B0 용지의 넓이가 1.5 제곱미터가 되도록 정한 것이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를 JB0 용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1456mm×1030mm가 되니까, 국제표준규격과 약간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국제표준규격에서는 B0의 넓이가 1.414 제곱미터이다.

자, 이제 북아메리카 표준으로 사용되는 이상한 용지에 대해 잠깐만 얘기해 보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레터(letter)이고, 그 외에 타블로이드(tabloid), 브로드쉬트(broadsheet)가 있다. 레터 용지의 크기는 216 mm x 279 mm이다. A4 용지에 비하면 가로는 약간 길고 세로는 약간 짧다. 이 이상한 크기는 어떤 합리적인 기준으로부터 나온 것일까? 그 대답은... 합리적인 기준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나처럼 미국을 무지 싫어하는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거나 납득하기 싫은 것이 바로 미국의 도량형 단위이다. 전세계가 열심히 도량형을 통일해서 서로 나누기 좋게 하려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마일이니 인치니 파운드니 하는 자기네만의 도량형을 고집하고 있는 문화이니... 나는 지금도 인치나 피트는 별로 느낌이 없다.
인치는 손가락 한 마디의 길이라나... 하여튼 이 인치라는 지극히 비보편적인 단위를 사용하면, 레터 용지는 8.5인치x11인치가 되고, 타블로이드는 11인치x17인치, 브로드쉬트는 17인치x22인치가 된다. 그 밖에 19x25, 23x35, 25x38 등의 용지가 사용된다.

그런데 갑갑한 것은... 한국에서도 타블로이드판 신문이 나온다는 점이다. 심지어 레터 용지가 많이 보급되어 있고... 미국 것이라면 배알까지도 내 주고 싶어하는 미국주의자들이 많기 때문일까...

(한국에서 사용되는 판형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써 봐야겠다.

국판: 148 x 210
신국판 154 x 224
46배판 188 x 257
국12절 변형판 195 x 200
국배판 210 x 297
46배 변형판 222 x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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