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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집값 비싼 실리콘밸리에선 월새 3000달러는 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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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이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덩달아 그의 유학생활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오늘 중앙일보 이진주 기자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가 월세 3600달러짜리 집에 살며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나는 사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어차피 이념이 중요한 세대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정치를 둘러싸고 정답도 없는 토론과 논쟁을 하는 것도 피곤하고 귀찮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뭐랄까 기자가 저지를 수 있는 의도적 왜곡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좀 씁쓸하다.

 

나는 노건호씨가 MBA 코스를 다녔다는 스탠포드 대학 인근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 살아가는데 드는 생활비의 규모를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은 알고 있다. 우선 기사의 전문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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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진주 2009-04-1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36)씨가 미국 유학 중이던 지난해 봄 실리콘밸리의 고급주택으로 이사했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노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집에 대해 “렌트했던 것으로 월세는 3600달러(당시 환율로 360만원, 현재 환율로는 480만원)였다”고 밝혔다. 노씨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2년차이던 지난해 4월께 학교 기숙사에서 이 집으로 이사했다. 노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둘째 아이가 태어나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MBA 과정도 끝나가기 때문에 집을 옮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웃들에 따르면 노씨는 한두 달 전까지 이 집에 거주했다. 그는 현재 회사(LG전자 미국법인)가 있는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다.

그가 살았던 집은 스탠퍼드대에서 승용차로 10∼15분 거리에 있는 마운틴 뷰 지역의 고급주택 단지에 있는 2층집이다. 1, 2층을 합한 내부 면적은 약 250㎡, 정원 면적은 약 300㎡다. 방은 세 개이며, 화장실도 세 개다. 현재 집은 비어 있는 상태다.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집값은 약 110만 달러(약 15억원).

노씨는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집을 구했다. 비교적 월세가 싼 집이었다”고 말했다. 이 집의 소유주는 한국인 이모씨와 안모씨로 등록돼 있었다. 현재 한국의 한 인터넷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씨는 노씨에게 세를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집은 내 집이 맞다. 하지만 노건호씨가 누군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노씨는 이 집에 살 때 두 대의 차가 있었다. 한 대는 폴크스바겐 투아렉이었고, 나머지는 현대 그랜저TG였다. 투아렉은 한국에서 고급 사양인 경우 가격이 1억원이 넘는다.

스탠퍼드대 유학생들 중 일부는 노씨가 다른 학생들과 골프 치러 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동반자는 주로 공학 분야를 전공하는 유학생들이었다. 한 학생은 “학교 내 골프장은 1인당 그린피가 25달러 정도 하는데 노씨는 120달러가 넘는 골프장도 다녔다”고 말했다.

노씨는 LG전자에 휴직계를 내고 유학했다. 회사에서 받는 돈은 없었다. 그는 유학 경비에 대해 “한국에서 집 전세비 등을 빼서 약 2억원을 미국으로 가지고 와 썼는데, 돈은 좀 남았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MBA 과정은 1년 수업료가 약 5만 달러(현재 환율로 6700여만원)다. 수업에 필요한 활동비와 생활비를 포함하면 1년에 최소 8만 달러(1억700여만원)는 든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팔로 알토(캘리포니아)=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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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 기사를 읽고 좀 당황스러울 것이다. 3600불이 적은 돈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 동네의 월세가 얼마나 비싼 지 알면 월세 3600불짜리 집을 저렇게 마치 호화주택인양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 기혼자 기숙사의 가격은 2층짜리 18평 아파트 (고로 한층에 9평)가 월세 1600불이라고 한다. 요즘 환율로 따지면 월세로 200만원도 넘는 돈으로 스무평도 안되는 집을 빌려쓰는 것이다. 알다시피 학교 기숙사는 대게 그 지역 시세보다 싼 가격에 집을 빌려주는 편이다. 즉,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를 학교 밖에서 구하려면 2000불은 가뿐히 넘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스탠포드 대학 근처의 방 2개짜리 아파트는 그저 그런 평범한 아파트도 2500불은 줘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도 아닌 단독주택을 3600불 주고 빌렸다면 정말 평범한 집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마운틴 뷰는 그렇게 고급주택가가 아니다. 내 생각엔 학교와 인접한 팔로 알토가 아닌, 학교와 약간 떨어져 있는 마운틴 뷰에 집을 얻은 것도 마운틴 뷰 쪽이 집값이 저렴해서 그런 것일 거다 (스탠포드 인근 집값은 스탠포드에서 멀어질수록 집값과 월세가 저렴해진다).

 

그리고 그 집의 실제 가격이 15억원이라고 했는데, 이 동네는 미국에서도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라 10억짜리 집들도 허름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동네 집값은 기본이 밀리언 (백만불, 요새 환율같으면 15억원)이라는데 어쩜 하나같이 집이 저모양이냐" 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다. 따라서 스탠포드 대학으로 유학을 오게 되면 비싼 집값과 월세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그 집을 노건호씨가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아닌데 월세를 내고 있는 원래 집의 가격을 굳이 이야기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마치 그 집이 엄청 호화로운 집인 것처럼 이야기하려는 기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외제차의 가격도 황당한 부분이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특히 부자들이 많은 이동네에서는) 비싼 축에 끼지도 못한다. 고급사양인 경우에 1억원이 넘는다고 했지만 한국에서 외제차가 관세때문에 얼마나 가격이 뻥튀기 되는지를 알면 이렇게 말하기는 곤란하다. 사실 스탠포드 대학에는 부자 학생들의 워낙 많아 발에 채이는 것이 벤츠, BMW, 아우디다. 잘은 몰라도 그가 폭스바겐을 선택한 것은 어느정도 주변의 눈을 의식해 그나마 소박한 것으로 고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그렌저는 뭐 말할 것도 없다. 한국에서는 고급차인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그저 아반테정도 되는 차다.

 

골프 그린피 120불도 좀 황당한 부분이다. 우선, 미국에서는 골프가 엄청나게 대중화된 운동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극빈층은 못 치겠지만, 한국처럼 돈 많은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탠포드에서 박사따고 실리콘 밸리에 직장 잡은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매주 그 정도의 돈을 내고 골프를 친다. 내 말은, 대통령 아들인 덕분에 돈을 흥청망청 써야만 120불의 그린피를 내고 골프를 칠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냥 middle class 혹은 middle-upper class 정도면 누구나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취미생활을 즐긴다.

 

기사가 의도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호화 생활을 하려면 분명 구린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듯 하다. 그러나 우선 그의 생활이 기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곳에서는 호화생활이 아닐 뿐더러, 설령 호화생활이라 하더라도 그가 뇌물을 받은 돈으로 그런 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증거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누렸다고 기자가 주장하는 많은 것들 (월세, 자가용, 골프)은 여기에서는 그냥 좀 넉넉한 형편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지 그렇게 미친듯이 호화로운 생활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바이라인이 "팔로알토=이진주기자"로 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기자는 노건호씨가 살았었다는 집을 직접 가봤다는 이야기일텐데, 분명 그 동네가 호화주택가가 아니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것이다. 언뜻 사진으로 봐도 저 정도 평범한 집은 도처에 널려있다. 게다가 그 정도 생활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 그렇게 호화판 생활이 아님을 주변 사람에게 들었을 것이다. 기자가 워낙 미국에 와 본적이 없어 모든 게 호화롭게 보였던 건지, 아니면 뭔가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더더욱 아이러니컬한 것은 해당 기사가 실린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아들 역시 노건호씨와 같은 시기에 스탠포드에서 MBA를 했다는 점이다. 아마 홍회장 아들에게 물어보면 저 정도 생활이 결코 호화생활이 아니었음을 알려줄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쓰지 말라고, 전 대통령의 아들로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분명 칭찬받을만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아들이 이 곳에서 저 정도 생활을 했다면 설령 구린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남들 눈을 의식해서 정말 많이 티 안내려고 한 축에 속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고 그 가족을 지지할 생각은 없으며, 이 글이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쓰여진 글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뭐랄까 팩트는 팩트이되 (월세 3600불짜리 집에 살았었다는 건 팩트이므로) 맥락을 희한하게 꼬아버려 이쪽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보기엔 좀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기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무리 노무현이 싫더라도...이건 좀 아닌 거 같다.


출처:http://www.journalog.net/fairlady76/11134,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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