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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스전자] 곽백수의 훌륭한 인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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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백수 작가의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의 '친구 칭찬' 편(2015년 1월 29일)은 꽤 이상했다. 이 편은 주인공인 상식이가 아내 나래와 통화하면서 퇴근 후 고등학교 친구를 만날 예정이라고 보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나래는 상식이 친구와 만나는 게 탐탁지 않은 듯 짜증을 낸다. 통화하는 모습을 본 차와와 과장은 왜 그러느냐며 친구에 대해서 물었고 상식이는 한심한 친구라고 말한다.

[가우스전자] 시즌 2 240화 '친구 칭찬' 캡처

친구가 자랑스럽지는 못할지라도 주변 사람들한테 한심한 녀석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무척 재수 없게 느껴졌다. 상식이의 말에는 자신이 친구보다는 우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리고 내가 인성이 좋으니 너 같은 하찮은 놈도 만나 준다는, 스스로를 자비로운 인물로 여기는 생각도 스며 있다. 일부 대기업 재직자가 은연중에 갖는 선민의식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상식이의 말은 확실히 고까움을 살 만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인재지만 상식이는 어설픈 면이 많다. 결혼 전에는 후배 모혜영에게 어장관리를 당하고 외국인 친구 아지즈에게 노동력을 헌납하는 등 어떻게 대기업에 들어갔을까 궁금할 정도로 모자란 행동을 여러 차례 보여 왔다. 때로는 상급자답지 못하다고 상사한테 혼나기도 한다. 똑부러지지 못한 그가 친구 험담을 하니 우습고, 나아가서는 추하게 느껴졌다.

[가우스전자]가 직장인들의 일상을 그리는 만화이고 상식이가 주인공기에 개별 에피소드에서 중심 인물이 아닐 때에도 상식이는 자주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그가 조연일 때에는 다른 주연들의 대화를 차분하게 듣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퇴직하고 회사 근처에 커피숍을 차린 명수가 주변 커피숍과의 경쟁에 따른 고충을 얘기할 때에는 올바른 충고도 했다. 사려 깊은 성격으로 설정된 탓에 '친구 칭찬'에서의 거만한 어투는 부정적으로 특별하게 다가왔다.

다행히도 상식이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수 없었다. 11일에 올라온 '처신' 편에서 상식이는 기존의 그로 돌아왔다. 상식이는 후배 사교육에게 아무리 부하 직원이라도 행동에 빈틈이 없으면 상사가 함부로 대할 수 없다면서 처신의 중요성을 당당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내 차와와 과장한테 꾸중을 듣는 모습을 마탄이와 비교해 보여 주면서 어설픈 캐릭터라는 설정에 쐐기를 박는다.

[가우스전자] 시즌 2 249화 '처신' 캡처

역시 곽백수구나 싶다. '친구 칭찬'에서의 위화감을 풍기는 잘난 체는 인물 성격의 불안정한 표현이 아니라 상식이의 부족함을 극대화하는 준비된 일화였다. 특히 완벽하지 않음에도 후배 앞에서 번듯한 척하고 지인에 대해 낮잡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을 상대적으로 자랑하는 허세를 조명한 것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한 비교로 당당하려 하지만 어딘가 물렁한 상식이를 더욱 확실하게 그려 낸다. 사람의 허영, 결국 그 모습 어디 안 간다는 것 등에 대해 유의미한 재미까지 부여한 총명함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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