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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에서 ‘축구’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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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바보다?
[정범석기자 / 포커스신문사  2006-05-31-07:54:42]

월드컵을 앞두고 경상도 지역에서는 ‘축구’가 ‘바보’를 가리키는 욕설로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경상도에서는 몇 세대에 걸쳐서 친구들이나 절친한 선후배 사이에 가볍게 쓰는 놀림말로 ‘축구’가 활용되고 있다.

부산에서 30년 동안 살아 온 김광건(32) 씨는 “‘에라이~ 바보 축구야’ ‘이런 온달 축구 같으니!’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그리 심하지 않은 욕설로 써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축구’를 욕처럼 써왔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의아스럽다”며 “아마 ‘축구공처럼 뻥뻥 차이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람’을 빗댄 표현이 아닐까”하고 덧붙였다.

경북 김천이 고향인 윤영희(56) 씨도 “동네 아이들끼리 놀이를 하다가 자꾸 술래가 되는 녀석을 보고 ‘축구야 축구~’라면서 가볍게 놀리곤 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축구’가 ‘개를 차다’는 뜻의 ‘축(蹴) 구(狗)’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한다”고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정현석(29) 씨는 “축구가 욕으로 쓰인다는 것은 난생 처음 듣는다”라며 “전라도에서는 가벼운 욕설로 ‘삼식이’를 주로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상도에서는 ‘대구’도 ‘바보’를 가리키는 표현이라는 것에서 볼 때 ‘축구’가 생선에서 나온 말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에 따르면 ‘삼식이’라는 욕설도 전라도에서는 흔한 생선의 한 종류를 지칭하는 방언이기 때문이다.

충청도 출신 연봉석(30) 씨와 경기도에서 태어난 김진경(31) 씨는 “‘축구’가 욕으로 사용된다니 어이없다”며 “충청도와 경기도에서는 ‘축구’처럼 특이한 욕설은 없다”고 말했다.

욕설로 쓰이는 ‘축구’의 어원을 두고 전문가들은 민간의 다양한 해석이 근거 없다고 일축한다.

국립국어원에서 방언을 연구하는 국어실태연구팀의 박민규 연구원은 “‘축구’가 욕설로 쓰인다는 것은 연구된 바가 없다”라며 “스포츠로서 ‘축구’가 국내에 도입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욕설로 쓰이는 ‘축구’는 스포츠에서 따온 말이거나 방언에서 온 표현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행으로 쓰였거나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던 속어인 것 같다”고 밝혔다.

국어학자 김열규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축구’가  바보로 사용되는 것은 경상도에서 비롯한다”며 “풋볼 또는 사커의 ‘축구’와 무관한 것으로, 언어학에서 ‘아르고(argot)’라 분류하는 ‘속어’나 ‘은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이러한 ‘아르고’는 청소년이나 학생 같은 특수한 연령집단이거나 특수 사회집단, 계층, 직업집단, 깡패, 범죄조직 등 내부에서  생겨나 사용되는 것이라 어원을 캐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정범석기자 ssac@fn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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