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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 Radio 002] 위로

http://ssalad.egloos.com/3962705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유치해진다라는 명제가 학술적으로 증명이 되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만 점점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는 욕구는 사실인 것 같다.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왜 유치한 거냐는 의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와 누군가 필요하다라는 것은 상당히 다른 목적과 의미를 가진 관계 설정이기 때문이라고 나름 생각했다.) 그게 사랑하는 애인이라면 더더욱 좋겠지만, 가족도 좋고, 친구라도 좋고, 그냥 아는 동창 - 친구라고 하기엔 좀 그런 - 이라도 좋고 그렇게 된다. 그리고 이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듣고 참으로 공감해줬으면 하는 것과 어느 정도는 같은 욕심이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이 공감의 소재는 대부분 울적한 얘기, 기분 나쁜 얘기, 슬픈 얘기, 힘든 얘기 등등이다. 공통적으로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기분 좋은 사정은 그냥 나 혼자 알고만 있어도 충분히 기쁘고 굳이 위로 따위 필요하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은 이 '위로'라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근래 들어 나 자신이 위로받고 싶은 적이 실제로 많았다. 친한 정도에 따라 다른 경우도 있지만, 참 사람들의 위로 방법에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이야기를 들음과 동시에 스스로의 처지와 비교 분석하는 케이스도 있고, 위로 혹은 격려를 해주면서 스스로 우월감에 젖어 있는 경우도 있고, 진심으로 나와 감정 이입되어 감정이 북받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말 없이 안아주거나 가만히 그러나 진지하게 들어주는 경우보다는 '말'로써 위로의 시도를 하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중 내가 들어본 위로의 멘트 중에 가장 높은 빈도수를 자랑하고,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멘트가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멘트다. 이건 위로 받으려다가 화만 더 나게 되는 안하느니만 못한 케이스인 것이다. 듣는 순간 '아~ 나만 운이 없고, 힘든 게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다들 나처럼 살고 있구나. 이런 상황이 보편적인 것이구나.'라고 쇄뇌되며 안심하게 되는 심리는 순간이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이거다. "나 말고도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나는 절대 외롭지 않아. 그럼 이 순간부터 불행을 나의 숙명, 인간의 숙명으로 알고 잘 지내볼까? 젠장~"

다들 그렇게 산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이 말이 결코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얘기는 결국 네 얘기를 듣고 있는 나도 너만큼 힘드니까 그만 징징대고 차라리 내 얘기를 들어볼래?라는 얘기와 다름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 저 멘트를 날린 사람들의 대다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을 이내 해버린다. 마치 누가 더 불행한지, 누가 더 위로 받아야 될 상황인지 토너먼트 대회라도 벌인 것처럼 말이다. 사람의 행복 지수라는 것은 물론 상대적인 것이라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란 것은 없다. 뭐 만약 누군가 엄격한 기준을 정해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쳐도 "네 얘기를 들어보니 네가 더 불행한 것 같아. 네가 이겼어. 난 이제 행복한 거구나."라고 말해야 하는건가? 

무엇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실제로 '남들이 다 그렇게 산다'라고 해서 순응하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라는 것이다. 한번 사는 세상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싶진 않으니까. 그냥 그렇게 산다라는 것은 결국 나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세상에 길들여져 어쩔 수 없이 원래의 나를 죽인 채 살아가는 거니까. 어쨌든 위로 중에 최고는 이러쿵 저러쿵 말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보단 그냥 말없이 술잔을 부딪히거나 안아주는 게 최고다. 물론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주 원인을 제거해주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위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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