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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꼭두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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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꼭두장군을 아세요?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91년작 국산 단편 만화영화입니다. 원제는 '흙꼭두장군의 비밀'이며 이미지는 개정판 표지입니다. 제 나이 또래 분들은 명절에 자주 틀어주어 한 번쯤은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린나이에 감동을 받고 많이도 울었던 만화인데 새삼보고 떠올라 적어봅니다. 

 비디오로는 상, 하 두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막연히 경주 어느 마을이라 생각했는데 특별히 그런 언급은 없고, 배경은 쌍릉골이라는 시골 마을로 우연히 농부에 의해 왕릉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농부의 아들 빈수에게 흙꼭두장군이 무덤에서 찾아와 친구가되길 청합니다. 우연인지 '2012년'전의 무덤이라 자신은 2012살이라 하고 2000살을 빼어 빈수와 12살 친구로 있길 바랍니다. 흙꼭두장군의 말에 의하면 사실 왕릉이 아닌 왕비의 무덤이며 왕릉은 옆쪽에 연결 돼 있다고 합니다.

 지금보니 말이 아니라 당나귀네.

 남자 주인공 강빈수와 여자 주인공 한새길입니다. 난치병인 심장병을  안고있는 여자 주인공은 등장 빈도수가 적어 주인공이라 하기엔 무색하지만 이야기 흐름의 핵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왕릉의 주인공인 한꽃님왕(;)과 왕비입니다. 앞서 경주라고 생각한 만큼 신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일단 틀리진 않습니다만 만화 내용중에 밝히지는 않습니다. 왕비는 본래 선녀였는데 인간세상에 놀러다닌 죄를 지어 다시는 하늘에 오르지 못하였고 이를 발견한 왕이 보쌈데려와 자신의 비로 삼고 행복하게 살았다나. 아니 왜 본인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빈수는 왕릉에 도깨비 불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파헤치러 비가 내리는 야밤에 조사하러 갑니다. 그런데 도깨비 불의 정체는 다름아닌 도굴꾼이었고 도굴꾼들은 빈수의 입을 막고자 납치를 감행합니다. 걱정이 된 흙꼭두장군은 비를 맞으며 몸이 녹아내리는 것마저 마다않고 빈수를 찾아가지만 철없는 빈수는 왜 이제 왔냐며 칭얼댑니다.

 빈수를 납치한 도굴꾼은 다름아닌 새길이의 아버지였습니다. 무슨 목적이었는지는 몰라도 집에서는 엄마를 일찍 떠나보낸 딸만을 바라보는 마음씨 좋은 가장입니다. 이따금 새길이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집니다.

 지금이야 드라마에서도 흡연 장면을 찾기 힘들지만 이때 당시만 해도 심심찮게 연출됐습니다. 빈수의 실종신고를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 빈수의 아버지는 빈수를 찾아헤매다 도굴꾼들을 발견합니다. 도굴꾼들은 빈수를 인질로 삼고 도굴 작업을 돕기를 협박합니다.

 다음날 빈수는 흙꼭두장군과 새길이의 도움으로 납치된 창고에서 나오지만 새길이는 심장병으로, 빈수는 호흡곤란(인듯?)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됩니다. 빈수는 다행히 멀쩡하지만 새길이는 그렇지 않은지, 의사양반은 '왜 이렇게 될 때까지 그냥 두셨냐'는 흔한 멘트와 함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새길이의 아버지는 새길이의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도굴을 감행한 것입니다.

 흙꼭두장군의 임무는 매년 때가 되면 한꽃님왕과 왕비를 만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왕과 왕비는 정기적으로 정을 나누는 것이죠.(;) 무덤이 서로 이어져 있는데, 가로막고 있는 돌벽의 열쇠인 '꽃열쇠'를 왕릉이 발견될 당시에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빈수에게 접근한 목적도 처음엔 거기에 있었다 합니다. 아무튼 빈수를 구하고자 애를 쓴 흙꼭두장군은 수레의 바퀴가 떨어져버려 날지도 달리지도 못하게 됩니다. 빈수는 지우개를 갈아 새 바퀴를 만들어 주는데 아마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아있을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꽃열쇠'는 어째서인지 새길이의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빈수가 창고에 갇혀있었을 당시 창고의 자물쇠가 바로 이 '꽃열쇠'였던 것입니다. ……무슨 구성이 이래 이거.

 아, 나 이거 자연시간에 만들어 갖고 놀았는데.

 …아무튼 나갔다 온 흙꼭두장군의 바퀴가 어째서인지 갈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무덤안 왕릉으로 통하는 문에 엑스자 표시를 해 두었는데 그 표시를 지우느라 지우개가 닳아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길이는 저 장난감의 한 쪽을 떼어 바퀴를 튼튼하게 다시 만들어 줍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만화영화인 만큼, 선으로 단순하게 처리된 흙꼭두장군의 표정은 웃을 때도 울 때도 귀엽습니다. 말투 또한 2012살이나 먹은 노인네의 말투는 아니고 철없는 주인공 빈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때문에 알거 다 알만한 사람이 만화를 보며 쓸데없는 상상이나 반론을 제시하는 것은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물론 애초에 플롯 자체가 글러먹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반론중 대표적인게 바로 도굴꾼이었던 새길이 아버지의 처우입니다. 딸의 수술비를 벌 수 있다며 동료가 꼬드겼기에 그 점을 참작하여 감형이라는데 사실 말도 안되지만 그냥 넘어갑시다. 웃자고 넣어봤지만, 워낙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 잘됐다고 생각하는게 최고입니다.

 '꽃열쇠'를 찾은 흙꼭두장군은 마지막 임무를 다하기 위해 빈수와 함께 왕릉에 찾아옵니다. 그러나 흙꼭두장군은 빈수를 이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 앞은 이 세상과는 다른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빈수가 의문을 제시하자 '수천 년 쌓아온 역사의 두께'라는 어려운 말을 남깁니다. 

 한꽃님왕과 왕비는 마지막 만남을 가지고 하늘나라로 올라갑니다. 사실상의 엔딩장면입니다.

 흙꼭두장군은 자신은 흙으로 만들어졌으니 땅에 묻어달라고 빈수에게 말하고선 마지막 임무를 다하고 숨을 거둡니다. 빈수의 눈물을 받고 흙꼭두장군의 몸에선 새싹이 돋아나고 이야기는 끝납니다. 지금이야 덤덤하지만 어릴적 볼 때는 그렇게 감동일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명절에 자주 방영했는지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도 이 만화를 기억하고 있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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